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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 좋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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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양연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우리는 서로의 합의 하에 ‘그래 우리 헤어지자’ ‘응 그게 좋겠어’ 라고 하는 상황은 드물다. 보통 어느 한 쪽이 이별을 통보하면 다른 한 쪽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 와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는 아마도 ‘왜’ 그리고 ‘니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는 것이다. 가는 사람은 말이 없지만 남겨지는 사람은 말이 많다. 왜냐면 내가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상대방은 이제 사랑이 끝났다고 얘기하니 그 이유라도 알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직도 내게는 기회가 남아있다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실낱 같은 기대도 포함이 되어있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이 이별의 순간이 영영 이별이 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유도 잘 모른 채,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잔인해 질 수 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하루아침에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 끝나는 것에는 생각보다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사랑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별것 아닌 것들이 모여서 이별의 징후를 만들어내고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한다. 남겨진 우리들은 그저 망연자실하게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별 후 처음으로 보이는 형태는 상황을 부정하기다. 그는 갔지만 다시 돌아올 거라는 혹은 그녀가 지금은 떠났지만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다. 떠나간 그 사람은 결코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다음에는 원망과 분노의 시간이 기다린다. 사랑이 미움이 되고 그리움이 증오가 되는 순간이다. 나를 버리고, 나의 마음을 밟고 간 니가 얼마나 잘 살지 두고 보자 부터 시작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상처를 받고서야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분노는 차라리 분노라기보다는 서글픈 바람이다. 진짜 분노는 복수마저 꿈꾸게 한다. 언젠가 나는 내가 알던 선배로부터 여자가 떠난 지 5년이 되어도 잊지 못하고 여전히 그녀를 향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평소 무척 심성이 고운 선배였는데 그 선배에게 그렇게 집요한 면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사랑에 있어서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기 힘들 만큼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들어서기 힘든 영역이다. 사랑을 하면서 겪는 그 모든 이상 반응들만큼이나 (이를테면 눈에 콩깍지가 쓰여서 자기 여자 친구가 제일 예뻐 보인다거나, 혹은 자기 남자친구가 저만치서 걸어오면 모든 세상이 그 친구를 중심으로 페이드아웃 된다거나) 헤어짐 역시 비슷한 반응을 겪게 된다. 가는 사람을 향해서 그래, 니가 나를 떠났으니 너는 너대로 잘 살고 나는 나대로 잘 살면 되겠네 라고 곧바로 마음의 정리가 된다면 둘 중 하나이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거나 어쩌면 자신도 이별의 준비를 하고 있었거나. 하지만 이별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말도 못할 분노를 느낀다. 대체 뚜렷한 (혹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도 없이,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인 나를 이렇게까지 힘들고 비참하게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또 대부분 떠나는 자들은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원인과 이유를 말 해 주지 않는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이젠 니가 지겨워졌다거나 사랑이 끝났다고만 말한다. 때로는 내가 했던 행동들 중에서 평상시에 그냥 넘어갔던 일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말한다. 난 이제 니가 무서워, 넌 너무 집착이 심해.
 
헤어짐을 통보 받은 며칠 동안은 거의 멍한 상태로 보내게 된다.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다. 내게 일어난 사실이 분명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사실이 일어났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일이다. 우리는 대게 우리에게 던져진 이별을 인정하지 못한다. 왜냐면 내 사랑은 아직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마치 먹던 사탕을 이유도 없이 빼앗긴 아이처럼 우리는 울고, 떼를 쓰다가 마침내는 그 사탕을 거두어간 자를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돌연 자기반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모든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이별 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 내가 그에게 좀 더 다정했더라면, 내가 그녀에게 그 말만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수많은 경우를 다 떠올린다. 그러나 결국은 이미 헤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 어떤 만약도 지금의 현실을 이별하기 이 전으로 되돌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찾아온다. 아무도 만나려고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 약간의 심리적 우울증 같은 증상을 겪게 된다.

세상에는 좋은 사랑, 예쁜 사랑, 혹은 바람직한 사랑에 대해서는 많은 말들을 한다. 하지만 헤어짐이 어떤 것인지, 이별이 얼마나 아픈지에 대해 조근조근 얘기해주는 책이나 영화는 드물다. 그러다 마침내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김형경의 좋은 이별이다. 좋은 이별이라.. 사실 이별 한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거의 넌센스처럼 들린다. 세상에 원치 않은 이별을 했는데 그게 좋은 이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좋은 이별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지금 이 사랑이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 아니며, 지금 이 이별 또한 내 인생의 마지막 이별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이별의 아픔 같은 건 까맣게 잊고 또 다른 사랑에 설렌다. 그리고 또 다시 이별을 반복한다. 이 반복의 사슬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사랑을 할 때 마다 이별을 생각하고 준비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 까맣게 잊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마음을 다치면 한동안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그리고 그 한동안의 시기는 사람에 따라 몇 개월이 되기도 하고 몇 년이 되기도 한다. 나는 마지막 사랑의 아픔 때문에 7년째 연애를 하지 못하는 지인을 알고 있다. 그는 이제 여자를, 사랑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상처는 배신감일 것이다. 언제까지고 함께 하겠다고,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했던 모든 약속과 맹세를 이별은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먼지처럼 날려버린다. 내게는 그토록 소중했던 것들을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하며 내 곁을 떠나간다.

나쁜 이별은 결국 또 다른 나쁜 사랑을 불러온다. 그 사람을 잊기 위해 생각 없이 아무 사람이나 만나 사랑에 빠진다거나 혹은 그와 닮은 사람만 만나려고 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사랑이 아니다. 우리가 이 힘든 이별을 건강하게 견뎌내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아직도 사랑이 남아 있고, 그 사랑에 또 다시 모든 것을 걸고 행복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이별계약]
 
좋은 이별이란 무조건 상대를 용서하고 모든 문제를 내 안에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그가 잘못한 일은 명백하게 그의 탓이며, 내가 잘못했던 부분들 또한 명백하게 내 탓이다. 그리고 이별은 서서히 찾아 올 수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치 길을 가다가 날벼락을 맞는 것처럼 맞이할 수도 있다. 책은 이럴 때 우리에게 충분한 애도의 기간을 가지라고 한다. 그 사랑이 끝난 것에 대해 더 이상 미련 없이 충분히 슬퍼한 다음에야 이별에 대해 어느 정도는 냉정하게 바라볼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세상의 수많은 사랑만큼이나 수많은 이별도 존재한다. 그 이별들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하면 어쩌면 사랑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모두들 사랑의 달콤함을 얘기하는 이 세상에서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발라드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픈 이별을 경험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가 모두 떠난 이를 향해 김소월의 시 진달래처럼 가시는 길마다 진달래꽃을 따다가 고이 뿌려 드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다치지 않고, 또 지난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마저 부정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바로 떠난 그 사람과 남겨진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이 사랑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랑도 언젠가는 시간이 가면 잊혀 진다. 평생 동안 단 한 사람을 잊지 못하기에 우리의 순정은 너무 얄팍하기 때문이다. 쿨 하게 보내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눈물콧물 다 짜면서 보내주어도 괜찮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미 끝난 사랑은 끝난 사랑이라는 것이다. 방법이 어떠하든 간에 그 사랑을 다시 되돌릴 가능성은 없다. 좋은 이별은 어쩌면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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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nge 2016-11-08 12:16:03
아..... 4년반 만난 여자친구가 한달전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받았는데 글을 읽으니 힘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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